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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보도

“장애인의 사각지대, ‘시청각장애인·발달장애인’”

2025-07-15

K-팝, K-드라마 등 이른바 ‘K’ 열풍이 전 세계를 강타하고 있다. 구호분야도 마찬가지다. 대한민국이 ‘도움을 받는 국가’에서 ‘도움을 주는 국가’로 도약하면서 대한민국 NGO의 K-구호가 전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대한민국 NGO는 K-구호로 나눔을 선도하면서 복지사각지대 해소에 기여하고 있다. 이는 대한민국을 선진복지국가로 이끄는 힘이자 원천이다.


이에 대한민국 NGO의 플랫폼인 한국NGO신문이 <‘K-구호’로 나눔 선도, 대한민국 NGO> 주제의 기획기사를 총 8회에 걸쳐 연재하며 대한민국 NGO의 K-구호활동과 성과를 집중 조명한다. 이를 통해 국민들의 나눔 문화를 활성화함으로써 K-구호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도모하고, 궁극적으로 사각지대 없는 복지대한민국 실현에 기여하고자 한다. 5회 기사에서는 장애인의 사각지대, 시청각장애인·발달장애인의 지원과 제도 개선에 앞장서는 NGO의 역할을 조명한다. -편집자 주-



‘장애인차별금지법(장애인차별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률)’ 제2조에서는 장애인을 ‘신체적·정신적 장애로 오랫동안 일상생활이나 사회생활에서 상당한 제약을 받는 자’로 규정하고 있다.


특히 제4조에서는 장애인 대상으로 차별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장애인을 장애를 사유로 정당한 사유 없이 제한·배제·분리·거부 등에 의하여 불리하게 대하는 경우 △장애인에 대하여 형식상으로는 제한·배제·분리·거부 등에 의하여 불리하게 대하지 아니하지만 정당한 사유 없이 장애를 고려하지 아니하는 기준을 적용함으로써 장애인에게 불리한 결과를 초래하는 경우 △정당한 사유 없이 장애인에 대하여 정당한 편의 제공을 거부하는 경우 등이 해당된다.


또한 매년 4월 20일은 ‘장애인의 날’이다. ‘장애인의 날’은 국민의 장애인 이해도를 향상시키고 장애인의 재활 의욕을 높이고자 제정됐다. 


이처럼 장애인의 권익 보호와 장애 인식 개선을 목적으로 ‘장애인차별금지법’이 시행되고 ‘장애인의 날’도 운영된다. 그렇다면 장애인의 현주소는 어떨까? 


#1. 지적장애인 김 씨는 장애인 특별공급 분양 아파트의 잔금용 대출을 목적으로 디딤돌대출 수탁은행에 대출을 신청했다. 그러나 대출을 거부당했다. 지적장애가 이유. 그러자 김 씨의 형이 국가인권위원회(이하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했다. 은행장은 단순히 지적장애를 이유로 대출을 거절한 것이 아니라고 해명했다. 대출계약 체결 의사능력과 상품 주요 내용 이해 여부 등을 확인한 결과 김 씨의 의사능력과 대출상품 이해가 부족했다는 것. 하지만 인권위는 장애인 차별로 판단했다.


#2. 시각장애인 서 씨는 초등학생과 대학생 시절까지 4년의 수영 경력을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서울시 관악구 소재 스포츠센터 내 수영장에서 강습 등록을 거부당했다. 스포츠센터 측은 ‘시각장애인이 다치면 책임질 수 없다’고 거부 이유를 설명했다.


지적장애인 김 씨와 시각장애인 서 씨의 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장애인차별금지법에도 불구, 장애인은 차별과 편견의 대상이다. 특히 장애인에도 사각지대가 존재한다. 시청각장애인과 발달장애인이다. 


시청각장애 인식과 제도 지원 미흡···시청각장애인의 삶은 ‘창살 없는 감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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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사회에는 다양한 유형의 장애인이 공존하고 있다. 그러나 장애인은 여전히 차별과 편견의 대상이다. 사진은 밀알복지재단이 2024년 12월 3일 ‘세계장애인의 날’을 맞아 ‘시청각장애아동 지원 캠페인’을 진행한 모습. 밀알복지재단


밀알복지재단에 따르면 시청각장애는 시각과 청각 중복 손상 장애를 의미한다. 정보 접근, 의사 소통, 이동 등 일상 전반에서 제약이 심각하다. 시청각장애인은 약 1만 명 정도로 집계된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현재까지 시청각장애 인식과 제도 지원이 충분하지 않다. 만일 지금 나 자신이, 나의 가족이 시각과 청각을 모두 잃었다면 얼마나 막막할까? 밀알복지재단 홍유미 헬렌켈러센터장은 <한국NGO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시청각장애인의 삶을 ‘창살 없는 감옥’이라고 표현했다. 


홍 센터장은 “시청각장애는 시각장애와 청각장애가 중복되기 때문에 기존의 의사소통 수단이 완전히 사라진다. 그래서 의사소통이 안 된다”면서 “혼자서 이동하는 것도 불가능, 이동에 어려움이 생겨 어떻게 보면 집에 혼자서 창살 없는 감옥에 갇혀 있는 삶을 산다”고 말했다.


발달장애는 장애인 당사자와 가족에게 고통으로 작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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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장애인부모연대가 2022년 5월 26일 전쟁기념관 6.25 상징탑 앞에서 개최한 발달장애인과 기족 추모제 모습. 전국장애인부모연대


#3. 2022년 8월 대구에서 어머니가 영유아기 발달장애 자녀와 투신 자살했다. 2023년 10월 전남 나주에서 발달장애인이 집에 혼자 있다 화재로 사망했다. 2024년 5월 충북 청주에서 발달장애인 일가족(60대 어머니, 40대 남매 2명)이 사망 상태로 발견됐다. 


서울아산병원에 따르면 발달장애는 특정 장애를 지칭하지 않는다. 사회 관계, 의사소통, 인지 발달 지연과 이상이 특징으로 자폐성 장애와 지적장애를 통칭한다.


발달장애는 본인과 가족에게 고통이다. 전국장애인부모연대에 따르면 2022년 10건, 2023년 11건, 2024년 3건의 발달장애인과 가족 참사가 발생했다. 또한 경기복지재단에 따르면 최중증 발달장애인 보호자 59%가 자살을 고민하고 있다. 평생 발달장애 자녀 지원이 부담감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장애인의 사각지대, 시청각장애인과 발달장애인. 하지만 우리의 가족이자, 친구이자. 이웃이다. 정부 입장에서는 국민이다. 따라서 시청각장애인과 발달장애인을 위한 지원과 제도 개선은 우리 모두의 과제다.


시청각장애인의 동반자, 밀알복지재단 헬렌켈러센터

국내 유일 보건복지부 지정 시청각장애인지원 전담기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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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정원 씨(우측)가 시각장애인용 점자 입출력기(점자정보단말기) 한소네를 이용, 한국NGO신문과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김다원 기자. 


지난 6월 18일 서울 강남구 수서동 소재 밀알복지재단 헬렌켈러센터(이하 헬렌켈러센터). 시청각장애인 현정원 씨가 <한국NGO신문>과 인터뷰를 진행했다. 현 씨는 올해 나이 72세로 어렸을 때부터 청각장애가 있었고, 30대부터는 시각장애까지 왔다. 시청각장애인으로 산 지는 40년 정도다. 


시청각장애인으로서 삶은 현 씨에게 고통의 연속이었다. 현 씨는 “청각장애인으로 살았을 때도 학교에서 공부하는 게 엄청 힘들었다. 일반 학교이다 보니까 필기하는 것이 굉장히 힘들었고 소통도 어려웠다”며 “중도 질병으로 시청각장애인이 되면서 시각장애가 훨씬 어려운 장애라는 것을 깊이 느꼈다”고 회고했다.


이어 “어디로 이동하는 것, 시간 맞춰 가는 것이 제일 어려웠다”면서 “물건을 조금만 다른 데로 옮겨도 찾지 못하는 어려움도 있었다”고 밝혔다.


그런 현 씨에게 헬렌켈러센터와의 만남은 인생의 전환점이 됐다. 현 씨는 중도 실명을 했기 때문에 책을 읽을 수 없다는 것이 가장 안타까웠다. 책을 읽고 싶어 점자를 공부했다. 하지만 나이가 들면서 그조차 녹록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현 씨는 헬렌켈러센터에 시청각장애인들의 자조모임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됐고 자연스레 헬렌켈러센터와 연을 맺게 됐다. 특히 현 씨는 헬렌켈러센터에서 한소네를 지원받으면서 삶이 달라졌다. 


한소네는 시각장애인용 점자 입출력기(점자정보단말기)를 말한다. 시청각장애인에게는 노트북이라고 할 수 있다. 현 씨는 한소네를 이용, 대화를 하고 책도 읽는다. 인터넷도 사용하며 이메일도 주고 받는다. 한소네와 핸드폰을 블루투스로 연결, 통화를 하고 문자 메시지도 읽는다.


현 씨는 “한소네는 시청각장애인들에게 없어서는 안 되는 단말기”라면서 “예전에는 복지관 같은 데서 단말기를 빌려 사용했는데 헬렌켈러센터에서 한소네를 지원해줘 제 것으로 사용할 수 있는 혜택을 누리고 있다"고 말했다.


현 씨는 시각장애인, 중도실명자를 대상으로 점자 지도를 해왔고 현재 헬렌켈러센터에서도 시청각장애인을 대상으로 점자 지도를 하고 있다. 헬렌켈러센터에서 받은 혜택과 사랑을 시청각장애인 동료들을 위해 베푸는 것이다. 


현 씨는 “시청각장애인들에게 점자 지도할 때는 헬렌켈러센터 직원들이 도와주고, 통역도 해줘서 점자를 가르칠 때 큰 도움이 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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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렌켈러센터는 지난 4월 14일 시청각장애인 점자정보단말기 ‘한소네6’ 기증식을 개최하고 시청각장애인들에게 ‘한소네’를 제공했다. 밀알복지재단


헬렌켈러센터, 밀알복지재단이 2019년 국내 최초로 개소한 시청각장애인 지원기관이다. 2024년 10월부터는 보건복지부의 시청각장애인지원 전담기관으로 지정됐다. 시청각장애인 정책 제안과 권익 옹호, 연구와 프로그램 개발, 동료 상담가 양성 교육과 인식 개선, 시청각장애인 지원 전문인력 양성과 능력 개발 등이 주요 사업이다. 현 씨와 같은 시청각장애인에게 헬렌켈러센터는 인생의 든든한 동반자다. 


[인터뷰]밀알복지재단 홍유미 헬렌켈러센터장 “시청각장애인 위한 법안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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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알복지재단 홍유미 헬렌켈러센터장. 김다원 기자


-먼저 헬렌켈러센터를 소개한다면.

저희 헬렌켈러센터는 2019년 개소했다. 국내 최초의 시청각장애인 지원센터다. 


-시청각장애인은 시각장애와 청각장애를 동시에 보유하고 있다는 점에서 어려움이 더욱 클 것으로 보이는데.

시각장애와 청각장애를 동시에 갖고 있기 때문에 의사소통에 가장 큰 문제가 생긴다. 왜냐하면 시각장애인은 들을 수 있고 음성으로 말할 수 있다. 청각장애인이나 농아인은 수어를 본다거나 구화로 이야기할 수 있다. 하지만 시청각장애는 시각장애와 청각장애가 중복되기 때문에 기존의 의사소통 수단이 완전히 사라진다. 그래서 의사소통이 안 된다. 혼자서 이동하는 것도 불가능하다. 어떻게 보면 집에서 혼자 창살 없는 감옥에 갇혀 있는 삶을 산다고 생각하면 될 것 같다.


-헬렌켈러센터는 보건복지부의 시청각장애인지원 전담기관으로 지정됐다. 구체적으로 어떤 사업을 수행하고 있나.

헬렌켈러센터는 전국 단위로 사업을 하는 데 가장 큰 것이 사례 발굴이다. 시청각장애인들이 많이 발굴돼야 정부에서도 관심을 가질 것이고 서비스 지원에 대한 정당성이 생긴다.


두 번째는 시청각장애인들을 위한 정책을 제안하고 연구하는 프로그램들을 시행하고 있다. 지금 우리나라에 시청각장애인을 위한 전문 연구 결과물들이 없다. 정책이 생기려면 연구 결과물들을 통해 정책들을 제안해야 되는데 그런 작업들을 하고 있다.


실질적인 서비스로 시청각장애인들의 의사소통 교육이 굉장히 필요하다. 의사소통 교육에는 점자 교육도 있고, 촉수어 교육, 문해 교육, 여러 가지 교육들이 많이 있다. 점자 정보, 단말기 교육도 있다. 이런 것들(교육들)을 시청각장애인들에게 시켜 사회통합이 되도록 할 예정이다.


시청각장애인 당사자 역량 강화 교육도 있다. (시청각장애인) 당사자가 (시청각장애인) 당사자에게 점자도 가르치고,여러 가지 정보와 단말기도 가르치고, 상담도 하는 것이다. 시청각장애인 당사자들이 다가갔을 때 시청각장애인 당사자들의 마음이 가장 잘 열린다. 비장애인이 교육을 하면서 중간에 통역사가 끼는 것보다는 (시청각장애인) 당사자가 당사자를 교육했을 때 가장 효율적이고 효과성이 높아 당사자 역량 강화 교육을 하고 있다.


또한 문화·여가 체험을 중점을 두고 시행하고 있다. 시청각장애인의 경우 문화·여가 활동이 굉장히 제한된다. 이에 시청각장애인들에게 맞는 여행과 문화체험을 제공하고 있다.


아동교육사업도 중요하게 추진하고 있다. 아동교육사업은 우리나라에서 유일하게 저희 헬렌켈러센터가 진행한다. 시청각장애 아동에게 맞는 맞춤형 교육 사업이다. 아동의 잔존 능력에 따라서 의사소통 교육이라든가 아니면 일상생활 훈련 교육이라든가 또는 학교 생활에 적응하기 위한 교육들을 맞춤형으로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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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알복지재단 헬렌켈러센터와 기빙플러스가 6월 27일 ‘헬렌 켈러의 날’을 기념해 시청각장애인을 위한 생활물품 키트 ‘자상 한 상자’를 시청각장애인 당사자들과 함께 제작하고, 전국의 시청각장애인 200명에게 전달했다. 밀알복지재단


-기억에 남는 지원 사례가 있다면.

아버님이 시청각장애인인 아드님이 헬렌켈러센터에 전화를 해서 저희가 방문하러 갔다. 그런데 아버님이 ‘본인은 충분히 보인다’, ‘자기는 혼자서 밖에 다닐 수 있다‘, ‘농아인 친구가 있어 외롭지 않다'고 말씀을 하셨다. 그래서 저희가 시청각장애인 모임이 있으니까 한 번 와보시라고 권유했다. 하지만 아버님이 오시려고 하다가 그만두시기를 수차례 반복하셨다. 결국 저희가 그냥 한 번만 와보시라고 하면서 모시고 왔다.


아드님하고 같이 오셨는데 한 번 모임에 오시더니 너무 좋아하셨다. 전에는 얼굴이 굉장히 어두우셨는데 점자도 배우시고, 수화도 배우시면서 이제는 저희가 사진을 찍을 때 대표 모델 역할을 하신다. 얼굴이 환해지시고 모든 것들을 다 잘하신다. 삶의 질이 완전히 바뀌신 것이다. 아드님도 이전에는 아버님을 케어하느라 직장도 못 다녔는데 지금은 활동지원사분이 계시니까 직장을 다닌다. 아버님은 아버님대로 독립적으로 활동하시고 삶의 질이 완전히 향상됐다. 


-헬렌켈러센터가 시청각장애인 지원을 더욱 효과적이고 성실히 수행할 수 있도록 정부에 건의하고 싶은 바가 있다면.

헬렌켈러센터가 시청각장애인 전담 지원 기간으로 지정됐지만 예산이 턱없이 부족하다. 헬렌켈러센터는 부설로 서울시 시청각장애인학습지원센터도 운영하고 있다. 서울시 시청각장애인학습지원센터는 복권기금으로 운영되지만 말 그대로 학습지원 서비스만 제공한다. 그런데 서울시 시청각장애인학습지원센터 예산보다도 헬렌켈러센터가 예산을 적게 지원받는다. 보건복지부가 정말 인건비도 안 나오는 수준의 예산을 편성하고 시청각장애 사업을 하라고 하는 건데 보건복지부가 시청각장애인에 대한 이해가 너무 없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예산을 충분하게 편성해주면 좋겠다.


숫자는 적지만 시청각장애인 사업은 다른 장애인 사업보다 비용이 훨씬 더 많이 들어간다. 한 명의 시청각장애인을 교육하기 위해서는 보조인력이 두, 세 명이 필요하다. 시청각장애인들을 위한 서비스가 제대로 지원되려면 시청각장애인 관련 조례라든가 특별법까지는 아니어도 보건복지부나 정부에서 시청각장애인을 위한 법안을 만들어야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법안이 만들어져야 예산이 책정되기 때문이다. 또한 중앙정부가 움직여야 지방정부들이 움직여서 조례를 만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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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렌켈러홈에서 만난 시청각장애인 이순미 씨(좌측)와 이 씨의 오빠 이효열 씨. 김다원 기자


헬렌켈러센터는 서울시 동대문구 휘경동주공아파트 1차 104동 104호에 시청각장애인 자립지원 체험홈 ‘헬렌켈러홈’도 운영하고 있다. 헬렌켈러홈은 시청각장애인의 자립역량 강화를 목적으로 △의사소통 훈련(점자 교육·점자정보단말기 사용법 교육) △보행 훈련 △일상생활 훈련(빨래·청소 등) △지역사회 적응 훈련(은행 업무 보기 등) 등의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내부 공간은 시청각장애인의 장애 특성에 맞춰 구성됐다. 공간마다 몰딩(molding·건축이나 공예에서 창틀이나 가구 등의 테두리를 장식하는 방법)을 달리 적용, 시청각장애인이 촉감으로 각각의 공간을 구별할 수 있다. 시설 내 전 물품에 점자 스티커가 부착, 손으로 물건 식별이 가능하고 현관벨을 누르면 입소자의 손목시계로 진동이 전달된다.


지난 6월 18일 <한국NGO신문> 기획취재팀이 헬렌켈러홈을 방문했을 때는 시청각장애인 이순미 씨와 이 씨의 오빠 이효열 씨가 입소해 있었다. 당시 이 씨는 의사소통 훈련의 일환으로 한소네 교육을 받고 있었다. 


이 씨의 헬렌켈러홈 입소는 이번이 세 번째다. 헬렌켈러홈에 입소, 교육과 훈련을 받으며 이 씨의 자립역량이 강화되자 이 씨는 오빠와 함께 헬렌켈러홈을 지속적으로 찾고 있다. 이효열 씨는 “예전에는 동생과 외출하면 동생을 끌고 다니다시피 했는데 헬렌켈러홈에 와서 보행훈련 등을 받으니 지금은 같이 다닐 때 편하다”며 “동생이 자기가 할 일을 하니 부모님들도 좋아하신다“고 말했다. 


발달장애인 취업과 자립의 장, 밀알복지재단 굿윌스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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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알복지재단 굿윌스토어 밀알엑스코점 개소식 모습. 밀알복지재단


지난 7월 1일 대구광역시 북구 산격동 오뚜기 물류센터에서 밀알복지재단 굿윌스토어 밀알엑스코점 개소식이 진행됐다. 굿윌스토어 밀알엑스코점은 약 880평(2,919㎡) 규모로 고객 이용 매장 면적만 140평(468㎡) 규모다. 기존 굿윌스토어 매장이 중고 생활용품 중심의 소매점 형태였다면 밀알엑스코점은 아울렛형 매장으로 운영된다. 이에 브랜드 중심의 중고 의류와 기획 신상품을 할인 판매한다.  


밀알복지재단은 발달장애인도 선도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1997년 발달장애아동 특수학교, 밀알학교를 개교한 데 이어 2011년부터 ‘장애인에게 자선이 아닌 기회를 제공한다’는 슬로건 아래 굿윌스토어를 운영하고 있다.


굿윌스토어는 개인과 기업의 기증 물품을 판매한 뒤 수익으로 발달장애인을 고용한다. 1호점 밀알송파점을 시작으로 현재까지 전국에서 41개 굿윌스토어 매장이 운영되고 있으며 약 470명의 발달장애인이 근무하고 있다. 발달장애인 채용 규모로 전국 최대다.


굿윌스토어에서는 발달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근무한다. 발달장애인 근로인은 매장 판매 업무, 상품 분류와 정리, 물류 업무 등을 담당한다. 급여는 최저시급 기준으로 지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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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윌스토어 김윤찬 밀알유성점 원장. 정성민 기자


현장 반응도 좋다. 굿윌스토어 김윤찬 밀알유성점 원장은 “발달장애인 근로인의 담당 업무는 단순 반복적이다. 일반인은 금방 싫증을 낸다“면서 “하지만 발달장애인 근로인은 반복적인 일에 싫증울 내지 않는다. 6개월, 1년을 일하면 숙련도도 향상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발달장애인 근로인이 처음에는 눈도 잘 못 마주치지만 3개월 지나면 눈을 맞추기 시작하고 6개월 지나면 대화하기 시작한다“며 “발달장애인 근로인이 굿윌스토어에서 일하며 사람들과의 관계 속에서 마음을 열고, 사람들과 관계를 회복하고, 삶이 좋아지는 것을 보면서 보람을 느낀다“고 밝혔다. 


또한 “보통 다른 사업장은 비장애인이 주체이고 장애인이 보조 역할을 하지만 굿윌스토어는 처음부터 사업 목적과 의미 자체가 장애인이 주체“라면서 “장애인이 일을 통해 삶을 회복하고 자립할 수 있도록 비장애인이 도와준다. 비장애인이 장애인의 부족한 부분을 도와서 함께 일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발달장애인의 일자리를 더 만들 수 있도록 기증을 많이 해주시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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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윌스토어 밀알엑스코점의 발달장애인 근로인 우창현 씨(좌측)와 굿윌스토어 밀알유성점의 발달장애인 근로인 신기완 씨. 정성민 기자


발달장애인에게 굿윌스토어는 희망이다. 취업과 자립이 꿈이 아닌 현실이기 때문이다.


굿윌스토어 밀알엑스코점의 발달장애인 근로인 우창현 씨는 “굿윌스토어에서 일하니 같은 장애인들이 많아 차별되지 않는, 편안한 느낌이다. 열심히 돈을 모아 집도, 차도 사고 싶다”고 말했다. 굿윌스토어 밀알유성점의 발달장애인 근로인 신기완 씨도 “굿윌스토어에서 일하는 것이 보람 있다. 부모님이 많이 좋아하신다. 1주일에 한 번 퇴근 후 피아노학원에서 레슨을 받는다. 밀알유성점 10주년 때 피아노 연주를 하고 싶다”고 밝혔다.


[인터뷰]굿윌스토어 신경종 밀알엑스코점 원장 "장애인 취업은 한 가정이 취업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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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윌스토어 신경종 밀알엑스코점 원장. 정성민 기자


-굿윌스토어 매장 책임자를 원장이라고 부른다. 원장 칭호를 사용하는 이유가 궁금한데. 

굿윌스토어는 초기에 복지시설의 지원으로 시작했다. 이에 복지시설의 원장 명칭을 사용했다. 원장은 지역의 굿윌스토어 사업장 대표이면서 지역본부장 개념이다.


-대구에는 굿윌스토어 매장이 몇 개 운영되고 있나.

2023년 10월에 반야월점과 월성점이 1주일 간격으로 오픈했다. 이어 올해 엑스코점과 수성점이 문을 열었다.


-매장마다 특성이 있나.

엑스코점은 국내 최초의 아울렛 컨셉의 굿윌스토어다. 이에 굿윌스토어사업의 핵심인 물류센터를 보유하고 있다. 아트센터도 보유하고 있어 발달장애인 작가의 작품을 전시하고 음악 공연도 진행한다. 또한 수성구는 대구의 강남으로 불리기 때문에 수성점은 고가의 ‘뷰티크형’ 매장이 컨셉이다. ‘뷰티크형’ 매장은 대구 수성점이 전국에서 최초다. 


-아울렛 컨셉이란 구체적으로 무엇을 의미하는 것인가.

재고 처분 통로 역할을 수행한다. 즉 대전 이하 지방 굿윌스토어의 재고 물품을 받아 1차적으로 엑스코점 아울렛 매장에서 판매한 뒤 그래도 판매되지 않은 물품은 수출업체에 판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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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윌스토어 밀알엑스코점 아울렛 매장 모습. 정성민 기자


-발달장애인 채용에 대한 우려도 있을 텐데.

발달장애인은 평상시 문제가 없지만 급한 일이 생기면 문제가 드러난다. 하지만 그런 과정을 뛰어넘는 게 그들의 성장이다. 작년에 직원들을 데리고 제주도에 간 적 있다. 그런데 배를 처음 타는 발달장애인 직원이 있었다. 처음에는 무서워했지만 배를 타면서 성장했다. 어떤 발달장애인 직원은 밥을 절대 혼자 먹지 못했다. 함께 일하면서 밥 먹을 수 있게 된 자체가 성장이다. 


-발달장애인 채용의 의미라면.

굿윌스토어에서는 발달장애인이 정직원으로 채용되고 정년까지 보장된다. 따라서 발달장애인 1명이 취업하는 것이 아니다. 한 가정이 취업하는 것이다. 발달장애인이 급여를 받아가서 가정이 회식을 한다. 처음에는 내성적이지만 3개월 정도 일하면 어디에서 교육받는 것보다 훨씬 효과적이다. 중증환자가 경증환자로 전환된 사례도 있다. 굿윌스토어에서 일하면서 차도 사고, 여행도 간다. 집을 사서 가장 역할을 하겠다는 꿈을 꾸고 있다. 장애인들끼리 결혼해 행복하게 살아간다. 발달장애인뿐 아니라 한 가정이 회복되는 것을 보면서 힘들지만 보람을 느낀다.


-시민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자상 한 상자’라는 것이 있다. ‘자상 한 상자’는 ‘자상하다’는 의미와 ‘자발적 상생협력 기업’의 기부 상자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교회나 기업의 기부로 10만원 정도의 생활용품 키트를 만들어 지역사회 취약계층에게 전달한다. 이처럼 굿윌스토어가 ‘선한영향력’을 끼치는 통로로 사용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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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알복지재단은 한국 딜로이트 그룹과 지난 4월 21일부터 25일까지 ‘아트 임팩트(Art Impact)’ 주간을 운영하며 발달장애인 예술인과 함께하는 장애인식개선 활동을 실시했다. 밀알복지재단


밀알복지재단은 발달장애인의 예체능 분야 재능 계발도 지원하고 있다. 발달장애인 예술단 ‘브릿지온 앙상블&아르떼’, 밀알첼로앙상블 ‘날개’(음악), ‘봄(Seeing&Spring) 프로젝트’(미술), ‘점프’(체육)를 운영한다. 또한 장애인과 비장애인을 대상으로 통합 문화공연, 밀알콘서트를 매년 개최하고 있으며 브릿지온 아르떼 소속 발달장애인 작가의 작품전시회도 진행한다. 


밀알복지재단의 시청각장애인과 발달장애인 지원. 시청각장애인·발달장애인과 가족, 사회와 국가 차원에서 의미가 매우 크다. 밀알복지재단 정형석 상임대표는 “장애인의 책임을 개인 책임으로 돌려서는 안 되고 사회적 책임으로 인식, 국가와 사회의 책임으로 장애인 복지를 추진해야 한다. 그런데 국가 예산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사각지대가 많이 생기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밀알복지재단과 같이 전문성을 갖고 장애인 복지를 알뜰히 챙기는 기관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기획취재팀:  김승동, 정구학, 설동본, 고석태, 정성민, 용산하, 김다원 기자>

“본 기획물은 정부광고 수수료로 조성된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출처 : 한국NGO신문(https://www.ngonews.kr)